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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위한 메이킹 (5): 컴퓨터를 위한 견지망월(見指忘月)

초심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메이킹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함은 공작 중 그럴싸한 물건이나 장면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그럴싸한 사진으로 남기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 공작을 하면 인지부하도 인지부하지만 사진을 찍을 손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손에 들고있던 모든걸 내려놓고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장면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사진기를 손에 들어야한다. 사진을 찍을 순간은 일단 내가 정하는걸로 하고, 사진기를 손에 들 필요만 없게 해보자.이런 상황에선 손가락 끝을 인식하는게 제일 자연스럽다. 예를들어, 검지손가락으로 물체를 톡톡 두번 두드리면 그 제스쳐를 인식해서 손가락이 있던 위치로 카메라 앵글을 돌려 사진을 찍어주면 편리할 것이다. 손가락 끝과 같이 화면상에서의 위치를 인식하는..

메이킹로그 2026.09.21

포항 철물점 - 모든공구자재백화점

나는 쇼핑을 좋아한다. 살 물건이 없어도 매대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생각하는 과정이 재밌다. 메이킹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이후로는 공구를 구경하고 싶어졌다. 큰 철물점을 찾던 도중, 포항에 모든공구자재백화점이 크게 있음을 알게됐다.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아마 2층, 3층 모두 이 철물점의 소유인 듯 한데, 쇼핑할만한 공간은 1층뿐이다. 2층과 3층에도 물건이 많지만 아직 구경을 할 수 있을 만큼 정리를 못했다고 하셨다.들어가면 천국이다. 사방이 온통 공구, 공구, 공구. 수공구는 물론이고 전동공구, 원예공구, 용접용품, 전기용품 등등 정말 많은 물품이 구비되어있다.집에서 랫풀다운이 하고싶어서 풀업바를 개조해서 만들만한 부품으로 도르래 등등을 구입했다. 사장님도 친절하시다. 아마 방앗간이 될듯.

신변잡기 2026.09.20

골칫거리 판재를 창고 팬트리로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은 필로티 구조라서 1층에 있는 건 주자장과 계단 뿐이다. 계단 아래에는 해리포터가 살았을만한 창고 공간이 있는데, 캠핑을 시작한 이후로 짐이 너무 많아 집주인에게 허가를 구하고 그 공간을 창고로 쓰고있었다. 근데 그 공간은 사람이 서서 들어갈 수 있는 높이가 아니고, 좁은데다, 꺾여있기까지 해서 그냥 짐을 던져넣는 것 외에 좋은 이용법이 없다. 근데 마침 지난 글(판재를 수급하는 방법)에서 생긴 아주 무겁고 긴 판재가 골칫거리라 고민중이었는데... 이 공간에 팬트리를 짜서 넣으면 참 좋겠다는 아이디어에 도달했다.일단 그 문제의 판재 길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입구를 가졌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줄자로 시뮬레이션을 했고, 결과는 굿! 판재가 안쪽 벽에 걸리지 않고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메이킹로그 2026.09.19

렌지 후드 랩소디 (2): 뒤집기 한 판

지난번에 새로 단 모터가 의도와 다르게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사고가 있었다. 근데 선풍기 모터는 재밌는 성질이 있다.선풍기 모터는 헤드 회전 기능을 위한 웜기어가 반대편 말미에 달려있다. 그리고 반대편이기 때문에 이 녀석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이 반시계방향 회전을 이용하면 시로코 팬 블레이드를 올바른 방향으로 회전시킬 수 있다.무식하게 3D프린팅으로 샤프트를 연장하는 무언가를 뽑을 수도 있겠지만, 살짝 더 머리를 써서, 모터를 (이번에는 조심히) 분해해서 축을 뒤집어서 넣었다. 이리하여 앞 축이 짧고 뒷 축이 긴 선풍기 모터가 완성됐다. 지난번과 동일한 방법으로 다시 조립했다.반시계방향으로 돈다! 이제 벌류트를 조립하고 흡기/배기가 올바르게 되는지만 확인하면 된다.풍량 측정에는 우리집의 최첨단 풍량..

메이킹로그 2026.09.16

판재를 수급하는 방법

대략 600mm*240mm 정도의 판재가 3개 필요했다. 포맥스는 강성이 부족해서 부적절했다. 파티클보드를 검색해봤는데... 이런 크기면 3장을 사는데 5만원돈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재료를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는 다른 플랫폼을 탐색했다. 바로바로~~당근이다. 당근에서는 목재를 판매하지 않지만, 힘을 숨긴 목재(사람들은 이걸 보통 가구라고 부른다)는 많이 판다. 심지어 공짜로 나눔하기도 한다. 나에겐 하얀색 목재가 필요했고 해당 선반의 크기도 거의 완벽해서 물건을 나눔받기로 했다. 계획은 이렇다: 1) 현장에서 가구의 피스를 다 풀어 판재의 모음으로 만든다. 2) 노끈으로 묶어 차에 옮겨 싣는다. 3) 집에 가져온다. 완벽하다.나눔해주시는 분이 말하길, 중년 남성분이 나눔받으러 왔다가 무거워서 혀를..

신변잡기 2026.09.15

회고록 - 거대 로봇 손

2017년에 긱블에서 초창기 멤버로 활동할 때, 긱블은 자금난이 다소 있었다. 대표 친구는 이에 대한 작은 해법으로 학교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를 하나 받아왔다. 공학 관련 산출물을 내면 되는거였고, 예산은 대략 1천만원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대표 친구는 이 예산을 이용해 여러가지 메이킹 재료를 들였고... 사실 메이킹 재료가 잔뜩 들여질 때서야 그 친구가 프로젝트를 받아왔음을 알게됐다. 이 영상 0:30쯤에 스티로폼을 이용해 조각을 하는데, 그 때 들여진 메이킹 재료 중 하나가 바로 건축용 단열재 아이소핑크이다. 메이킹 재료를 들인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 재료는 공짜가 아니었다.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에 맞게 공학 관련 산출물을 내야했는데, 당시 모든 사람들은 긱블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회고록 2026.09.14

렌지 후드 랩소디 (1): 일이 점점점점 커진다

가스렌지 후드가 어느 순간부터 전원을 켜도 돌지 않았다. 또 완전히 돌지 않는건 아니고, 켜놓고 무시한 채 요리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다보면 어느순간 갑자기 돌기 시작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뜯어봐야겠다 마음만 먹던 몇 달, 드디어 후드를 뜯었다.뜯는 내내 끈적한 묵은 기름때가 진행을 방해했다. 손에 묻으면 비누로도 잘 안 지워져서 장갑을 끼고 공구에도 비닐을 씌웠다. 열어보니 후드 구조는 평범한 시로코 팬 형태였다. 근데 손으로 날개를 돌려보니 저항감이 굉장했다. 기름때가 베어링에 스며들어 회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모터를 갈라봤지만 다행히 모터 안쪽은 문제가 없어보였다. 외부와 접촉하는 베어링 쪽만 잘 윤활해주면 될 문제로 보였다.샤프트를 긁어서 기름때를 벗겨내고 집에 있던 다용도 그리스로..

메이킹로그 2026.09.11

기록을 위한 메이킹 (4): 이게 맞나?

미국 경찰이 된 경건한 기분을 느끼며 공작할 때 마다 바디캠을 착용하고있다. 다행히 불편하진 않고, 촬영한 푸티지를 컴퓨터에 옮기는 것도 번거롭지 않았다. 1인칭으로 촬영한 것 같은 공작 푸티지들이 자동으로 수집되고있다. 근데...정말 대부분의 푸티지는 대체 뭘 하는지 분간할 수 없는 영상이다. 이따금 어떤 행위를 분간하는데에 중요한 파츠가 손이나 물건에 가리는거나 무사히 앵글에 잡히긴 했는데 예쁘지 않다거나 다 있을 만한 일인데... 그냥... 공작이란게 원래 대부분의 시간동안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인 문제도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비틀면 안 찍는 것 보다는 나은 뭐가 되지 않을까? 라는 심정에 일단 앵글을 바꾸기로 했다.어깨에 카메라를 달아보자. 보기엔 엉망진창인데 사실 착용감도 엉망진창..

메이킹로그 2026.09.10

나의 힘이 게임 속의 힘이라면?! (1): 운동 해킹하기

나는 운동이 싫다. 운동이 싫고 먹을 것도 좋아하는 바람에 체중의 상태가 말이 아니다. 우리집에는 의자에 앉아서 밟을 수 있는 실내 자전거가 있지만, 그게 내 운동 습관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 실내 자전거를 밟을 정도로 운동에 흥미가 있었다면 아마 진짜 자전거를 타거나 헬스장에서 머신을 탔을 것이다.역설적이게도 내 운동 습관의 가장 큰 적은 내게 주어진 자유도이다. 나는 운동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다가, 운동을 시작하더라도 내가 원할 때 멈출 수 있다. 한 때 러닝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는데, 뛰는 행위에서 오는 힘듦이 너무 싫어서 계속 뜀박질을 멈추게 됐다. 사람들은 러닝을 하면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하는데, 나는 뛰는 동안 힘듦을 느끼면서 그 힘듦에 집중하는 상념들이 계속 '..

메이킹로그 2026.09.09

기록을 위한 메이킹 (3): 미국 경찰 VIBE

여태까지 노력을 돌아볼 때, 나는 내 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촬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보다 손에 가까운 신체 부위가 있다. 가슴팍이다.보통 미국 경찰들이 가슴팍에 카메라를 달고 다니고, 유튜브에서 심심치않게 이 시점의 푸티지를 찾을 수 있다. 음... 공작 촬영용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마침 지난 일본 여행때 다이소 가방 스트랩을 엮어서 만든 (...) 하네스가 있었다. 하네스에 카메라를 달기만 하면 된다. 나에게는 서랍 안에서 잠자는 Insta 360 X3가 있으니 그걸 쓰면 된다. 내 하네스는 대략 오른쪽 사진과 같은 구조라서 쇄골쪽이 빈다. 쇄골쪽에 카메라 렌즈가 오도록 인터페이스를 만들기로 했다.버클은 이미 공개된 모델을 조금 개조했다. 버클의 반대편은 하네스에 물려서 인터..

메이킹로그 2026.09.08